필리핀의 대표적인 명문 사학인 라살 대학교(DELA SALLE UNIVERSITY)에서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리더쉽상을 수상한 이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유리(22)양.
라살대학교 국제학(International Studies major in eorupean studies)을 전공한 그녀는 지난 2월 6일 라살 대학교 졸업식에서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리더쉽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졸업생 중 평균학점이 2.5이상(4.0만점 기준)에 교수 추천 등 엄격하고 까다로운 자격요건과 심사과정을 거친 후 수여되는 상으로 그 동안 역대 수상자중 외국인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상으로 알려 져 왔다.
최유리 양의 수상이 더욱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인이라는 따가운 시선에 맞서 동아리 회장을 역임하면서 3,400여명에 이르는 신입생의 오리엔테이션을 담당하는 등 교내 활동 입지를 넓혀 나갔고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권익을 대표해 학교교칙 개정 등을 통해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능력과 리더쉽을 인정 받아 마침내 금기로 여겨지던 외국인 최초의 리더쉽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이다.
태어난지 6개월 만에 부친인 최용수씨를 따라 필리핀으로 건너 온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반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활발한 교내 활동을 펼쳐 왔다. 산어거스틴 고등학교 재학 시 치어리더 활동으로 탤런트상, 봉사상 등을 수상하며 이때부터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 학교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모친인 이명혜씨는 “딸이 어려서부터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에 부당함을 보고는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 선거에 출마한 것도 어린 나이에 외국인이어서 받아야 하는 차별과 멸시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린 나이에 먼 이국 땅에서 자라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차별을 받았지만 이런 경험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데 좋은 약이 되었다. 이제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갖춘 대인배로 거듭 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그녀가 있기까지는 옆에서 묵묵히 그녀를 지지 해준 부모님의 교육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려서부터 일부러 내놓고 키웠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최양의 부모님은 한국사람을 멀리하고 딸이 현지언어와 문화에 동화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는 대부분 한국학생들이 외국인반을 선택했지만 로컬반을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그녀의 몸속에 흐르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주말에는 한글학교에 보내고 집에서는 대화 시 한국말만 쓰도록 하는 등 한국어 교육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최양은 현재 영어, 따갈로어 뿐 아니라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 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빈곤 퇴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최양의 앞으로의 꿈은 UN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반기문 현UN사무총장을 뽑은 최양은 “UN에서 일하면서 여러 나라를 돌며 빈곤 퇴치와 계몽 활동을 통해 인류 평화와 국위 선양에 앞장 서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일요신문 박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