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모자 대통령 탄생..정치명문가 출신 자동검표로 당선인 조기결정..선거 후유증 가능성
(마닐라=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 10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코라손 아키노 전(前)대통령의 아들인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0.자유당) 상원의원이 사실상 당선됐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중간 개표결과, 아키노 상원의원이 40%를 넘는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조지프 에스트라다(73.국민의 힘) 전 대통령과 마누엘 비야르(61.국민당) 상원의원이 각각 25.7%와 13.98%의 득표율로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호세 멜로 선관위 위원장이 밝혔다.
선관위의 중간집계 결과 이날 밤 11시30분(현지시간) 현재 아키노 상원의원은 585만여표를 얻어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372만여표)과 비야르 상원의원(202만여표)을 큰 표차로 앞서고 있다.
현지 TV 방송인 GMA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11시50분 현재 58%의 개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아키노 상원의원이 916만여표를 얻어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582만여표)과 비야르 상원의원(312만여표)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키노 상원의원은 사실상 필리핀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현지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은 분석했다.
아키노 상원의원은 필리핀의 제15대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됨에 따라 세계 정치사에 어머니와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고(故)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과 아키노 전 대통령 사이에서 태어난 아키노 상원의원은 대선전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던 평범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장암으로 타계한 아키노 전 대통령 추모 바람을 타고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 마침내 대권 고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당의 마누엘 마르 로하스 후보 대신 아스트라다 전 대통령과 제휴한 비나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 된다.
한편 이번 필리핀 3대 선거에서는 자동검표 시스템이 처음으로 도입됐으나 자동검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투표 마감시간이 1시간 연장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또 상당수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인 학교 교실에 앉아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교실을 드나드는 등 투표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져 부정투표 시비로 인한 선거 후유증도 우려된다.
또 선거 운동 과정에서 총격사건과 테러사건이 발생해 30여명이 숨지는 등 선거 폭력사태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그러나 자동투표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역대 대선에서 적게는 1∼2주, 길게는 한달 가량 걸리던 당선인 결정이 조기에 이뤄지게 됐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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